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거듭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기술력 선도와 점유율 확대를 동시에 꾀했지만, 대만 TSMC의 강세와 중국 SMIC의 빠른 추격 속에 첨단 공정 수율·시장 대응력 모두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나노 ‘세계 최초’ 타이틀의 명암…수율은 여전히 숙제
삼성전자는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기술 선도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실제 수율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3나노 수율은 30~40% 수준에 머무는 반면, 경쟁사인 TSMC는 아직 양산 전임에도 불구하고 2나노 공정에서 약 60%의 수율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선점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확보에 시간이 걸리면서 주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곧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7.7%로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으며, SMIC는 6%로 점유율을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TSMC는 67.6%로 오히려 점유율을 늘리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 중이다.
성숙 공정 외면, 고객 맞춤 전략 부재…차별화된 경쟁력 부족
TSMC와 삼성의 전략 차이도 실적 격차의 원인 중 하나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세계적인 팹리스 업체들의 다양한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선단 공정은 물론 여전히 수요가 높은 성숙 공정까지 포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첨단 공정 중심의 전략에 집중해 범용 반도체 대응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처럼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높은 분야에서는 고객 맞춤 설계 능력과 공정 유연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점에서 삼성은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지적이다.
SMIC, 정부 지원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삼성엔 부담 가중
중국 SMIC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금 및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아직 첨단 기술력에서는 삼성이나 TSMC에 미치지 못하지만, 14나노에서 5나노까지 영역을 넓히며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장비 확보가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도, 내수 시장 중심의 안정적 수요와 세제 혜택, 보조금 등의 정책적 지원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직 재편·인재 영입…반격의 칼날, 2나노에 달렸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부터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북미 지역의 고객 확보를 위해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특히 TSMC에서 21년간 고객 영업을 담당한 마거릿 한 전 NXP 부사장을 미국 파운드리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그녀는 삼성의 북미 시장 확대와 대외 수주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인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한 행보도 시작했다. 최근에는 퀄컴 자회사 오토톡스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품질 인증(PPAP)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 공급을 중시하는 자동차 시장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장기 공급 안정성과 품질 신뢰도가 핵심인 만큼 수율 문제가 반복되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파운드리 포기 못 하는 이유…삼성의 전략적 포지셔닝
일각에선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틈새 시장 공략만으로는 파운드리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매출 비중이 낮은 데다 본격적인 수익 창출까지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파운드리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구조다. 메모리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분산하고,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는 한 번 확보한 고객과의 계약 기반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라며 “메모리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다면 삼성의 반도체 사업 전체에 안정성과 경쟁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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