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오는 4월부터 ‘프로젝트 한강’이라고 불리는 디지털화폐 테스트 참여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은행에서 개설한 전자지갑을 통해 사용처에서 결제하는 형태의 시범사업이다. 혁신적인 지급 금융서비스를 구현하는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사용처 확보 등은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다음 달부터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미래 통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험(CBDC 활용성 테스트)을 공동 추진한다. 테스트 참가은행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농협·BNK부산은행 총 7곳이다.
참여 은행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최근 이용자 모집을 시작했다. 은행들은 이를 통해 디지털화폐 활용성과 금융시장 인프라 구축 방향성을 점검하는 한편 고객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총 테스트 참여 인원(전자지갑 수)은 최대 10만명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각 1만6000명, 기업·부산은행은 각 8000명의 참가자를 받는다.
이번 실험은 한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시스템’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다.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로 은행 등 금융사 간 거래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경제 활동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지급 수단이다.
참가자들은 본인 은행 예금을 100만원 한도 내에서 각 은행에서 개설한 전자지갑을 통해 가맹점에서 온라인·모바일 결제와 개인 간 송금 등이 가능하다. 거래는 모바일 앱을 활용한 QR 코드를 통해 이뤄지며, 전자지갑 발급 은행과 관계없이 대금 지급(이용자)·수취(사용처)가 가능하다. 즉 A 은행 전자지갑 보유 이용자가 B 은행 전자지갑 보유 사용처에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는 지난해 10월 말 금융위가 디지털화폐 시스템 내 ‘예금토큰’ 기반의 지급·이체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본격화됐다. 한은은 수년 전부터 금융당국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예금보험공사·은행연합회·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디지털화폐 관련 계획을 마련해왔다.
전문가들은 예금토큰이 준화폐적 기능을 수행하며, 향후 지급결제 분야에서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금토큰은 디지털화폐의 주요 특징인 ‘프로그램 가능성(programmability)’을 기반으로 바우처 및 지역화폐 기능 등과 같은 부가서비스를 내재화할 수 있다”며 “국경 간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향후 지급결제 분야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디지털화폐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법 정비와 편의선 제공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추세에 맞춰 실험을 진행하고, 관련법 및 규제 차원의 미비점 정비를 통해 향후 예금토큰 도입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는 파일럿 진행이지만, 향후 CBDC 이용 확대로 이어지려면 고객 편의성을 확대하고 사용처나 고객들에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사용금액이 자동적으로 현금영수증 처리가 되는 등의 편의성과 세제 지원 혜택들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은 오는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해당 기간 동안 각 은행에서 예금 토큰 전자지갑이 개설되고 이용자들을 통해 실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다. 참가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를 보유한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테스트 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참가 인원은 7개 은행을 모두 합쳐 총 10만명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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